+ 팔로우
"몸의 조각으로 인간의 본성을 비추다"
📚 정보라, 『저주토끼』
<세 줄 요약>
📌 『저주토끼』는 뼈, 머리, 손가락, 자궁, 기억, 피, 골수, 감정, 탐욕, 고통처럼 인간을 이루는 조각 하나하나를 소재로 삼은 열 편의 단편집이다.
📌 낯설고 기괴한 설정 뒤에는 돈과 권력, 가족과 제도가 약자에게 휘두르는 현실의 폭력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 저주와 복수는 끝내 그것을 만든 사람까지 삼키며, 독자에게 인간 본성의 가장 어두운 바닥을 들여다보게 한다.
.
1️⃣ 몸을 해부하듯 인간을 해부한다
이 책은 인간을 하나의 덩어리로 보지 않는다.
표제작 「저주토끼」는 뼈, 「머리」와 「차가운 손가락」은 머리와 손가락, 「몸하다」는 자궁을 다룬다. 「안녕, 내 사랑」은 기억, 「덫」은 피, 「흉터」는 골수를 붙잡는다. 「즐거운 나의 집」은 분노와 복수심, 「바람과 모래의 지배자」는 탐욕, 「재회」는 고통을 소재로 삼는다.
신체 부위와 생명의 구성 요소를 하나씩 떼어 내 그 안에 숨은 욕망과 상처를 꺼내 보이는 방식이다.
처음에는 낯설고 불편하다. 하지만 바로 그 낯섦 덕분에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던 '사람다움'이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지 다시 묻게 된다.
이 작가의 가장 놀라운 지점은 기괴함 자체가 아니라, 몸이라는 가장 구체적인 재료로 인간 심리라는 가장 추상적인 것을 그려 냈다는 데 있다.
.
2️⃣ 기괴함은 현실을 비추는 거울이다
변기에서 자라는 머리, 서류를 갉아 먹는 토끼, 몸 밖으로 떠오르는 의식은 현실에 없는 장면들이다.
그런데 읽고 나면 오히려 현실이 더 또렷해진다.
경쟁사를 짓밟아 성장한 회사, 늙어 가며 자리를 빼앗기는 여성, 출산의 고통 속에 몸의 주인이 사라지는 경험이 그렇다.
이야기 하나하나는 우리가 매일 보면서도 외면해 온 장면을 괴담의 옷을 입혀 다시 내민다.
동화와 호러, SF라는 장르는 현실의 폭력을 고발하기 위한 우회로다.
정면으로 보기 힘든 진실을 비틀어 보여 주기 때문에 오히려 더 깊이 박힌다.
.
3️⃣ 저주는 저주한 사람도 놓아주지 않는다
할아버지는 친구를 죽음으로 몬 회사를 무너뜨렸지만, 그 대가로 매일 밤 같은 이야기를 되풀이하는 존재가 된다.
손자는 그것이 저주인지 축복인지 끝내 답하지 못한다.
복수는 정의처럼 보이지만 그 칼날은 결국 손잡이를 쥔 사람에게도 돌아온다.
이 책이 오래 남는 이유는 악인을 벌하는 통쾌함이 아니라, 분노와 원한이 사람을 어떻게 갉아 먹는지까지 정직하게 보여 주기 때문이다. 「재회」의 노인처럼, 고통은 끝나지 않고 몸과 일상에 남아 계속 걷는다.
<기억에 남는 문장>
🔖 "그것이 할아버지의 저주일까. 혹은, 축복일까."
🔖 "돈과 권력이 정의이자 상식인 사회에서 상처 입고 짓밟힌 사람들이 막다른 골목에 몰렸을 때 찾아오는 마지막 해결책이 나이기 때문이다."
🔖 "이제 나는 네가 되었으니 너의 자리를 차지하여 살아가리라."
🔖 "다만 그 사랑의 대상이 왕자인지 사랑 그 자체인지 자기 자신의 흥분된 감정인지는 공주도 정확히 알지 못했다."
🔖 "현실과 비현실 사이에 뜬 채로 언제까지나 지낼 수는 없었다."
2
독讀오름님의 인생책은?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