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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버 트위스트

찰스 디킨스 지음
현대지성 펴냄

올리버는 메일리 부인이 애써 슬픔을 억누르며 차분하고 단단하게 몸을 추스르는 모습을 보면서 깜짝 놀랐다. 더 놀라운 점은 메일리 부인의 굳건한 태도가 계속 지속되었고 로즈 양을 간호하는 동안 줄곧 민첩하고 차분하게 모든 일들을 수월하게 해나간다는 사실이었다. (p.364) ⁣

올리버 트위스트를 다시 읽었다. 학생시절, 교수님의 추천으로 읽었는데 그 당시에는 마음에 닿기보다는 그저 묵직한 책이라는 느낌이 남았었다. 친구들과 “고전이라서 고전문학이 아니라 고전하게 해서 고전문학인가”라는 농담까지 했었던 것 같다. 그런데 십여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다시 읽는 이 책은 다른 감상을 안겨준다. 번역의 차원이 달라서일까, 엄마가 된 탓일까, 내가 조금 더 견문이 늘어서일까 알 수 없지만 또 한번 찰스디킨스의 문장에서 놀라움을, 치밀한 묘사와 날카로운 비판을 다시 느꼈다. ⁣

빈민구제소에서 엄마를 죽음에 이르게 하며 태어나고, 태어나자 마자 고아로 살아야 하는 올리버는 어떤 마음으로 성장했을지, 그저 배가 고파서 죽을 더 달라는 일반가정이었다면 “당연하고도 합당한”요구 때문에 호된 매질을 당하며 어떤 마음을 느꼈을까. 운이 좋게도 여러 번 좋은 기회(물론 극적인 요소를 위해 전혀 좋지 않은 기회도 많이 만나지만)를 만나는 올리버를 보면서 과연 세상에 살아가는 수많은 올리버들은 그런 기회조차 만날 수 있었을까, 그 모든 것이 “당연하지 않고 합당하지 않은” 요구라고 수없이 거절당하는 아픔을 겪은 걸 생각하니 가슴이 아팠다. ⁣


- 올리버는 뭔가 쓸모있는 사람이 되었다는 기쁨에 들떠 부산스럽게 책들을 한 팔로 안아 들었다. (p.167) ⁣

맙소사. 나는 눈물이 났다. “엄마 제가 도와줄까요?”라며 무엇인가 도운 후 기뻐하는 내 모습에 뿌듯해 하는, 우리 아이의 선한 얼굴이 온 마음에 퍼지며 올리버가 한없이 안쓰러웠다. 부모가 없이 태어나는, 혹은 부모의 사랑을 모르고 자라는 그 모든 아이들은 그 기쁨을 전혀 모르고 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가슴이 너무나 시렸다. ⁣


- 벽이 흔들거리며 화염 속에 무너져 내렸고, 불에 녹은 납과 쇠가 하얀 재로 바닥에 쏟아졌다. 여자들과 아이들은 비명을 질렀고, 남자들은 커다랗게 고함을 질러 서로의 힘을 북돋았다. (p. 536) ⁣

찰스 디킨스의 글은 마치 내 옆에 살아있는 사람들의 이야기처럼 생생하게 다가오기에 더욱 빠져들게 하는 엄청난 매력이 있다. 그래서 나는 그의 글을 읽을수록 질투가 나기도 하고, 팬이 되어가기도 한다. 이 책은 진작에 다 읽어놓고 리뷰를 마무리 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어떻게 이런 문장을 쓸 수 있을까 고민이 들기도 했고, 부럽기도 했고, 빈민구제법 등에 대해 제대로 알고 싶어 이런저런 것들을 찾아보다보니 오랫동안 손을 놓을 수 없었다. 사실 지금도 이 책을 제대로 읽어낸 건지, 이해한 건지 확신이 서지는 않는다. 하지만 절대 얇지 않은 이 책이 눈깜짝할 사이에 후루룩 넘어가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

현대지성의 <현대지성클래식>시리즈를 열 댓 권 정도 읽었다. 읽었는데 다시 읽은 것도 있고, 처음 만난 것도 있었다. 그런데 매번 읽을 때마다 번역도 너무 좋고 짜임도 너무 좋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래서 자꾸만 이 시리즈를 다 모아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한다. (아마 올해가 가기 전 분명 내 책상의 한 켠에 초록물이 들겠구나, 하고 예상해본다.) ⁣

언젠가 누군가 나에게 그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소크라테스, 아우렐리우스 이런 책을 왜 읽느냐고. 재미있는 소설도 얼마나 많은데 보기만해도 고리타분한 고전은 왜 읽냐고. 웃어넘겼지만, 지성을 갖추지 못한 내가 아주 잠시라도 지성을 만나는 짜릿함 때문이랄까? 혹은 마음을 쿵쿵 울리는 고전의 묵직함 때문이랄까? 이 책을 읽으면서도 마음이, 머리가 묵직해지는 문장으로 잠시 지성의 영역에 머무를 수 있어 감사했다. 현대지성은, 또 고전은 그렇게 나를 지성의 영영역에 초대한다. 아마 책이 없었다면 평생 닿을 길조차 없었던 먼 세계로 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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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4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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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세계는 축구열기에 가득하다. 비록 우리나라는 조탈락이라는 안타까운 결과를 가져왔으나, 이 날씨에도 초등학교 운동장에는 축구하는 아이들이 가득한 걸보면 초등학생들의 축구사랑은 여전히 뜨거운 것 같다. 우리 집은 여자아이라 축구를 직접 하는 편은 아니지만, 월드컵 열기에 한층 호기심을 보이기도 하고, 경기를 보는 것은 무척 재미있어 했기에 아이에게 축구에 대해 더욱 다양한 지식을 심어줄 수 있는 책, 『축구월클도감』을 추천해본다. (물들어올 때 노 젖는 편)

『축구월클도감』은 진짜 요즘 아이들이 딱 좋아하는 '현역 월클' 선수들이 대거 등장한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손흥민, 이강인 선수는 물론, 축구 유튜브나 게임으로 접하며 달달 외우고 다니는 해외 유명 선수들까지 한눈에 볼 수 있어서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그 뿐인가. 세계 축구사를 써온 50인의 월드 클래스 스타들을 나열하고 이들을 상징하는 숫자, 잊을 수 없는 명장면, 우승기록, 수상기록, 이들만의 세리머니, 은퇴 후의 모습 등까지를 담고 있어서 말 그대로 "축구 위인전 그잡채!" 축구 월클스타들을 모두 다루고 있다보니, 아이 뿐 아니라 아이 아빠도 신이 나서 선수들을 찾아보고, 신나게 "라떼는 말이야"를 하는 모습을 보니 한번 영웅은 영원한 영웅이라는 말이 실감이 났다.

더욱이 스포츠명문 출판사 답게 6개의 대륙별로 나누어주셔서, 구단의 특징이나 분위기를 생각해보기도 했고, 레전드들의 가슴뛰는 명장면이나 세리머니를 생생히 기록해두어 그때의 추억이 생생하게 떠오르기도 했다. 한 선수의 기록을 한 페이지에 꽉 담아주어 한눈에 정리하기도 좋았고, 각 선수들의 특징을 살펴보며 축구에 대한 상식, 역사 등을 제대로 배울 수 있어 학습적인 면으로도 무척 유익했다.

오늘 아침, 학교에서 친구들이랑 같이 볼거라고 가방에 챙기는 아이를 보며 스포츠는 정말 모든 세계를 하나로 만드는 멋진 것임을 또 한번 깨닫는다. 삐뚤어지기도 한 세상이지만, 우리 아이들이 스포츠정신을 배워 페어플레이의 아름다움, 땀흘려 배우는 것들의 귀함을 늘 잊지말고 자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아! 『축구월클도감』을 지금 구매하면 초판 한정 사은품으로 '레전드 카드 2종'도 함께 증정되어 아이들에게 더욱 큰 추억을 선물할 수 있으니 잊지말 것!

축구 월클 도감

장민석 (지은이), 익뚜 (그림) 지음
후즈갓마이테일 펴냄

1개월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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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바른 희망은 의무감과 책임감을 불러일으키며 미래의 혜택을 위해 지금의 희생을 감수할 동기를 부여한다. 진정으로 희망한다면 그것은 행동의 틀을 만들 것이다. 당신이 해야 할 것과 해서는 안 될 것을 결정하는 기준이 될 것이다. 무엇보다 올바르게 희망하려면, 당신이 할 수 있는 것이 무 엇인지(그런 것이 있다면 ), 가능성 있는 것이 무엇인지 제대로 이해해야만 한다. (p.132)

자주 하는 기도가 있다. "어쩔 수 없는 것을 받아들이는 평온함을 주시고, 어쩔 수 있는 것을 바꿀 수 있는 용기를 주시고, 이를 구분하는 지혜도 주소서"라는. 사실 이는 나이를 먹으며 더는 무모하고 싶지 않아 하는 기도이기도 하고, 나에게 건네는 응원과 위로일지도 모르겠다. 『삶은 무엇으로 회복하는가』를 읽으면서도 그 비슷한 생각을 했다. 이 책은 “그래, 넘어졌지만 어떤 방식으로 다시 일어나볼까?”하는 책이라고. 음, 'F'의 영역이었던 “위로”를 'T'의 방식으로 풀어낸달까. “희망”은 어쩌면 나이를 먹을수록 잃어가는 것 중 하나가 아닐까. 현실을 보는 눈이 늘어서이기도 하고, 좌절을 경험하고 학습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렇다고해서 우리의 삶이 희망없이 굴러가도 되는 것이냐 묻는다면 절대 아니지 않나. 오히려 희망은 삶을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이기에 많은 것을 포기하며 살아가는 요즈음, 이 책은 진짜 필요한 방식으로 희망을 이야기한다.

『삶은 무엇으로 회복하는가』에서는 철학을 기반으로 희망을 다양한 시각에서 이야기를 풀어낸다. 한번도 생각해보지않았던 희망의 특성이나 가능성이 우리의 삶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희망은 어떤 전제조건을 지니는 지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심리학자 스나이더의 말처럼 “목표에 이르는 경로를 찾을 능력이 내게 있다고 여기고 그 경로를 따르는 것”이라는 말처럼 인간이 상처받고, 단절을 경험하거나 공허함을 느낄 때, 고통이 없던 단계로 돌아가는 게 아닌 “고통을 잘 지나오고, 그것에 어떤 의미를 부여할 것인가를 이야기하는 책이다. 철학책을 꽤 읽었다고 생각했는데, 희망을 이런 시각에서 풀어내는 책이 낯설게 느껴졌다. 그러나 철학이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주고, 철학이 삶을 어떻게 지탱하게 하는지를 느끼게 했다.

흥미로웠던 부분은 현대인들의 감정을 생각해보는 내용들이 많았던 것. 강박적인 긍정이나 빠른 치유에 대해 너무 유행하듯 이끌려가는 우리들에게 고통이 어떤 의미를 주고, 내 삶의 어떤 점을 이해하고 배우고, 느낄 수 있을지를 이야기해준다. 그래서 그 고통을 잘 소화키시고, 잘 활용하는 것들을 보며 힘들었던 것들을 소화시키고 나아진 것들을 생각하게 되더라. 엄청 다정한 책은 아니지만, 진짜 필요한 것들을 생각하게 하는 책이었다.

이 책의 마지말 줄로 이 글을 마무리하려 한다. “희망은 세상을 마법처럼 바꾸어주지 않는다. 하지만 희망은 그런 변화를 이루기 위해 행동하게 만든다. 희망은 본질적으로 어떤 보장도 해주지 않지만 희망이 없다면 삶은 절망적이다.” (p.249)
이 말처럼, 희망은 우리를 변화시키고, 행동하게 만들 때 의미있는 것이니, 끊임없이 희망을 품고, 변화하고, 행동하여 늘 회복하는 삶을 살기를.

삶은 무엇으로 회복하는가

라르스 스벤센 지음
더퀘스트 펴냄

1개월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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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은 자만의 제조기이며 동시에 소독기이다. 화려함을 쫓는 허영심으로 대하면 거울만큼 어리석은 자를 선동하는 도구도 없다. 예로부터 자신을 과신하여 오히려 자신을 해치고 타인에게 피해를 준 사건의 3분의 2는 대개 거울의 짓이었다. (...) 하지만 자신에게 넌더리가 나거나 자아가 위축되었을 때 거울을 보는 것만늠 약이 되는 일도 없다. 자신의 아름다움과 추함이 명백하게 드러나기 때문이다. (p.365)


나쓰메 소세키의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를 모르는 사람은 그닥 없을 것이다. 출간된지 100년도 더 지났지만, 여전히 인간의 본성과 허세, 사회의 모순을 날카롭게 비판하는 고전으로 손꼽히지 않나. 나 역시 처음 이 책을 읽었을 때도, 열린책들에서 무척이나 예쁜 얼굴로 다시 태어난 지금도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를 읽으며 이 풍자의 시선에 놀라고 날카로운 통찰력에 감탄한다. 100번쯤 다시 태어나도 이런 문장을 쓰지 못할 것 같아진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는 고양이를 통해 지식인 사회의 허위와 위선을 풍자하는 작품이다. 당시에도 메이지 시대의 급격한 서구화로 겉모습만 달라진 지식인의 모습을 날카롭게 담아냈는데, 100년이 지난 지금에도 sns 속에만 존재하는 사람들, 점점 심해져가는 사회적 문제들에도 깨달음을 준다는 생각이 든다. 고양이라는 시선을 통해 담아낸 풍자는, 인간의 욕망이나 허영, 무능함을 더 낱낱히 느끼게 하는데, 이런 구조가 현대인들에게는 더 큰 공감을 만들어 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때때로 속해있고, 때때로 속하지 못한채(혹은 않은 채) 살고 있는 우리들이기에 우리가 고양이의 시선이 되기도 하고, 인간의 모습이 되기도 하며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를 읽었던 것 같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지식인이지만, 허영이나 무능함 지니고 있다. 이런 모습들에서 어쩌면 이들를 관찰하는 고양이는 사실 우리내면 깊은 곳에숨겨진 "성찰"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고양이의 눈을 통해 표현하고 있기는 하나, 사실은 '나'는 어떤 모습인가를 자꾸만 떠올려보게 되더라.

처음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를 읽을 때엔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것들을 발견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처음에는 풍자에 집중했다면, 어느새 인간관계와 위선, 사회의 다양한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긴 세월이 흘렀어도 여전한 모습들에서 문득 한숨이 나왔다. 그 한숨 안에는 나는 위선떨지 말아야지 하는 다짐과 인간본성에 대해 반성하는 마음이 동시에 들었다. 단순히 인간을 비판하는 것으로 끝이 아닌, 인간 본연의 모습을 잘 다룬 덕분인지 또 다른 문장을, 또 다른 의미를 느낄 수 있었던 것 같다.

100년이 지난 책이지만,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는 여전히 우리에게 인간의 허영심과 사호의 부조리함을 날카롭게 이야기한다. 인간이 인간답기를 쉬이 포기하는 요즘,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야말로 우리가 꼭 한번 읽어야 할 책이 아닌가 싶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나쓰메 소세키 지음
열린책들 펴냄

1개월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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