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가 의도한 대로 함정에 보기 좋게 걸려들었고, 내가 이해한 것이 맞는지 처음부터 정독하게 되는 소설이었다.
많은 독자들이 말하는 것처럼 이 소설은 반전 매력도 분명히 있지만, 나는 다른 점에 주안을 두고 의견을 말해보고 싶다. 무엇보다 주인공 입장에서 기술한 심리 묘사, 가치관, 행동양식들을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할 수 있다는 점이 새로웠다.
단순히 타인의 사고방식-개인의 배경과 철학을 바탕으로 하는 심리-같은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나와는 다른 사람. 그 중에서도 시시하지 않은, 늘 궁금했던, 그러나 어쩌면 살면서 결코 이해할 수 없을, 그런 사람의 머릿속을 샅샅이 헤집어 보는 것 같은 경험이었다. 늘 궁금했던 '그러한' 인간 부류의.
개인적으로 하나 아쉬운 점은, 주인공을 어떻게든 공감해보려는 시도 속에서 지극히 내 개인적인 문제가 하나 있었다는 것이다.
바로, 진정한 사랑. 그것을 내가 겪어보고 이해하는 사람이었다면, 그렇다면, 이 책에 대해 지금과는 다른 인상을 가질 수 있었을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내가 나름의 '진정한' 사랑을 하게 된다면, 그때 미노루 시점의 글들을 한번 더 읽어보고 현재의 나와 비교해보고 싶다.
즐거운 독서를 하게 해준 독자에게 감사를 표하며, 오늘의 글을 마무리한다.
살육에 이르는 병
아비코 다케마루 지음
검은숲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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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짧은 독서 인생에서 가장 감명깊은 일본 소설을 꼽으라면 단언컨대 제노사이드를 꼽겠다.
거시적 맥락을 다루는 방대한 서사가 이 글을 쓰는 지금도 내게 여운을 주고 있기 때문에.
과학, 정치, 사회, 문화, 종교, 역사, 철학.. 이 모든 분야를 한 권의 소설로 융합하여 도전과 모험이라는 흥미로운 과정을 통해 극복하고 개척해나가는 인물들의 모습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
다만, 거대 서사가 다루는 글이 으레 그러하듯, 이 소설에서는 초반 진입 과정에서 수많은 전문 학술 용어-흥미를 가지는 분야에서 모르는 부분이 나오면 짚지 않고 훑고 넘어가는 것이 내게는 어려운 일이기 때문에-로 인해 몰입이 조금 힘들었다.
독서를 마치고는 한 가지 더, 그 과정에서 희생당한 인물들도 초인류인들이 설계하던 계획의 일환이었을까, 하는 의문도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존에 사랑하던 장르-고자극 스릴러 공포물에만 집착하는-에서 어느 정도 벗어났음에도 끝까지 읽은 나 자신을 발견한 것이 너무나 반가웠다.
아마도, 나 역시 삶의 무한한 여정에서 새로운 것을 발견하고 알아가는 것에서 기쁨을 느끼는 사람이기 때문에 더욱 큰 감동을 느끼지 않았을까 한다.
외면하고 있던, 그러나 나의 본능이기에 결국 마주보아야만 했던 이 감각을 다시 일깨워준 작품을 완독한 오늘이, 26년 나의 7월에 남을 테니까.
무엇보다 한없는 떨림을 느끼며 나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를 준 저자에게 매우 감사하다.
+이 작품을 읽은 독자들은 공감하겠지만, 저자가 일본인이라는 점이 매우 놀랍다. 그만큼 깊이 있는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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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볍게 읽기 좋은 책.
김동식 저자 특유의 기발한 상상력과 재치가 돋보이는 소설.
무엇보다 현실 온라인 게임이라는 챕터에서 내가 그려오던 모습과 저자와의 그것을 비교하며 읽을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즐거웠다.
개인적으로 몇몇 요소는 생각지 못한 반전을 보여주고 있고, 또 어떤 부분에서는 충분이 예상가능한 결말로 치닫는다.
이런 부분은 나에게는 어느 정도 아쉬운 부분으로 남았지만, 사실 김동식 저자 특유의 내용 전개이기도 하다.
이 소설은, 현실 속의 우리가 상상으로만 그려오던 여러 재미난 가설들을 다루고 있다.
그 끝이 누군가에게는 만족으로, 또 누군가에게는 비극으로 향하겠지만 그 역시 삶 속 우리가 만들어 낸 선택의 결과다.
결과적으로, 현실이든 게임속이든 우리는 마주치고 있는 현재에 최선을 다 해야한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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