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mhyo님의 프로필 이미지

Limhyo

@limhyo

+ 팔로우
설득의 표지 이미지

설득

제인 오스틴 지음
민음사 펴냄

읽었어요
앤과 웬트워스는 약혼을 한 사이였지만
서로가 어울리지 않는다는 말에 설득되어 결국 헤어지고 만다.
그렇게 8년이 지난 뒤 성공한 모습으로 돌아온 웬트워스.
아직도 웬트워스를 사랑하는 앤은 설레지만, 성공하고 돌아온 웬트워스는
‘나 이제 잘 나가, 너 없어도 돼’라는 행동을 시전한다. 하지만 책을 읽는 사람들은 다 안다. ‘너, 아직도 앤을 좋아하고 있잖아?’
마지막에 앤에게 보내는 편지
’나는 당신 외에는 아무도 사랑한 적이 없고,
지금도 당신을 사랑한다’는 고백은 그의 진심에 방점을 찍는다.
상처받고 버림받았다는 생각을 품고 살아왔지만, 8년동안 한 사람을
잊지 못한 웬트워스의 모습은 누구나 좋아할 만한
현대적 로맨스의 감성을 지닌 것 같다.

책 제목처럼 앤은 누군가의 설득에 의해 파혼을 선택한다.
그래서 자칫 앤을 주체적이지 못한 인물로 보거나,
자신의 선택을 평생 후회하는 인물로 해석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당시 웬트워스는 미래가 불확실한 무명 해군 장교였고,
앤은 자신이 처한 현실 속에서 신중하게 판단해야 하는 위치에 있었다. 그렇기에 그녀의 선택은 후회할 만한 잘못이라기보다,
그 시점에서 할 수 있었던 최선의 선택에 가까웠다고 느껴졌다.
420여 페이지에 걸쳐 두 사람의 재회와 감정의 변화가 펼쳐지지만,
결국 이야기는 결혼이라는 행복한 결말로 이어진다. 물론 결혼 엔딩 자체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것은
두 사람의 관계가 단순히 "그때 네가 틀렸어."보다 “그때의 너를 이제는 이해한다."라 보여지는 것이었다.
그래서 이 책은 시간이 흘러도 사라지지 않는 사랑과
서로를 이해하게 하는 성숙한 사랑이야기로 기억에 남을 것 같다.
0

Limhyo님의 다른 게시물

Limhyo님의 프로필 이미지

Limhyo

@limhyo

이 작가의 책 중 ’바다의 긴 꽃잎‘을 읽어본 적이 있는데,
그 책에서도 주체적인 여성 인물들이 많이 등장했다. 이 책에서도 그런 여성들을 여러 명 만날 수 있었다.

니베아는 편지에 “이렇게 많이 읽고 공부하는데 여자라고 사회 활동 공간이 주어지지 않으면 어떡하지, 세베로?“(p.54)

여성 참정권을 위해 끊임없는 투쟁을 지속하는 니베아가 그렇고
주체적이고 능동적으로 진정한 자신을 찾고자 했던 아우로라도 그렇다.
온갖 차별과 억압이 난무하던 시대에, 자신의 삶을
스스로 선택하고자 했던 여성들이 있었다는 사실이 마음에 남았다.
시대가 정해놓은 여성의 자리에서 한 걸음 벗어나 자신의 삶을
선택하려 했다는 것 자체가 얼마나 용기 있는 일이었을까.
그래서 이 책 속 여성들이 더욱 안심이 되고 반가웠다. 시대는 달라졌지만 여전히 자신의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고민하고,
때로는 주어진 틀과 싸우며 고군분투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어쩌면 그때의 니베아와 아우로라가 지금의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은 고민을 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그래서 이들의 이야기가 오래전 여성들의 이야기로만 머물지 않고,
지금 자신의 삶을 살아내고 있는 우리에게도 울림을 주는 게 아닐까.

세피아빛 초상

이사벨 아옌데 지음
민음사 펴냄

읽었어요
16시간 전
0
Limhyo님의 프로필 이미지

Limhyo

@limhyo

‘기대에 부응하고 싶고 누구도 실망시키고 싶지 않다. 잘 살아가고 있음을, 옳게 살아가고 있음을 늘 고민하고 증명하고 싶은 사람이다. 그렇지만 동시에 나는 나이다. 나라는 가면이 아니라 아무것도 쓰지 않은 나도 존재한다는 것을 하염없이 공원에 앉아 느낀다.’(p.74)

우리는 살아가면서 끊임없이 나를 증명하려고 한다.
누군가의 기대에 부응하고 싶고, 실망시키고 싶지 않고,
내가 잘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스스로에게도 확인하고 싶어서.
그런데 책 속의 ‘공원’은 그런 노력에서 잠시 벗어나
그저 나로 존재할 수 있는 공간처럼 느껴졌다.
어쩌면 나답게 산다는 건 나를 끊임없이 증명하는 것이 아니라,
아무것도 증명하지 않은 채 나 자신으로 존재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늘 잘 살아내려고 애쓰는 우리에게
‘그냥 너여도 괜찮다’는 말만큼 멋진 위로가 또 있을까.
그러니 이제, 나를 증명하지 않아도 되는
자기만의 공원 하나쯤 찾아보자.

빵, 공원, 농구하는 소녀 Stadt der Morgenröte

천선란 (지은이), 이주향 (그림) 지음
달 펴냄

읽었어요
1주 전
1
Limhyo님의 프로필 이미지

Limhyo

@limhyo

담담함 속에서 한의 정서가 느껴지는 책이었다.
식민지 시대를 다룬 이야기임에도
그 시대를 참담하거나 암울하게만 그려내지 않고,
오히려 서정적이고 잔잔하게 담아낸 점이 인상적이었다.
특히 오래 마음에 남은 문장이 있다.

“사람들은 그 소설을 또한 대단히 엄숙하게, 그리고 어떤 때는 높은 목소리로, 또 어떤 때는 낮은 목소리로, 어떤 때는 그지없이 명랑하게, 또 어떤 때는 대단히 우울하게, 반은 노래하듯이 낭독했다…(중략)…나는 자주 그런 집 앞에 걸음을 멈추어 서서 귀를 기울이곤 했는데, 그것은 그 이야기가 어떻게 진전되는지를 알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 목소리가 우리나라에 아직도 평화가 깃들어 있던 나의 걱정 없던 유년 시절을 상기시켜 주기 때문에, 단지 그 목소리를 듣기 위해서였다.” (p.130)

나라를 잃고 고향을 떠난 사람에게는 평범했던 어린 시절의
풍경과 목소리마저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시간이 되었을 것이다.
그래서 이 문장을 읽으며, 우리가 누리는 일상의 소중함과
이야기를 나누며 살아가는 평범한 일상이 누군가에게는
평생 그리워해야 할 기억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작가의 자전적인 소설이라 더 마음에 와닿았다.
3·1운동에 가담한 뒤 고국을 떠나 타국에서 평생 그리워했을 고향,
그리고 타국에서 전해 들은 어머니의 부고 소식이
담담한 문장 속에 그리움과 상실감으로 스며들어 더 크게 느껴졌다.

어쩌면 이 책은 그 시대 사람들의 아픔을 잊지 않고 기억하는 것,
그리고 그들이 잃어버린 일상의 소중함을 되새기는 것만으로도
오래도록 회자되어야 할 소설인 것 같다.

압록강은 흐른다

이미륵 지음
민음사 펴냄

읽었어요
1주 전
0

Limhyo님의 게시물이 더 궁금하다면?

게시물 더보기
웹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