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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 쉬는 소설
최진영, 김기창, 김중혁, 김애란, 임솔아, 이상욱, 조시현, 배명훈 (지은이), 곽기영, 권태윤, 김욱, 이승영, 정수진, 최미진 (엮은이) 지음
창비교육 펴냄
연일 '이상한 지구'에 대한 기사가 나오는 요즘이다. 세계 곳곳에서는 이상 고온 현상이 관찰되고, 남반구 일부 지역에서는 이상 한파가 지속되며 폭설이 내리기도 했다. 녹아내리는 빙하와 사라지는 생물종은 더 이상 새로운 뉴스가 되지 못한다. 우리나라 역시 때 아닌 여름 홍수와 겨울 가뭄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입혔다.
창비에서는 친환경 가치에 익숙한 MZ세대를 위해 지구와 생명을 테마로 한 단편 소설 8편을 엮은 「숨 쉬는 소설」이 출간 했다. 이 책에서는 독성 화학 물질, 기후 위기, 플라스틱 문제, 다른 생 명과의 교감, 신체 가치에 대한 고민, 육식 문화, 인간을 거부하는 지 구, 광활한 자연의 아름다움을 주제로 최진영, 김기창, 김중혁, 김애란, 임솔아, 이상욱, 조시현, 배명훈 작가는 각자의 시선으로 지구 생태계의 현재와 미래를 그려 낸다.
임솔아의 <신체적출물>
불의의 사고로 발가락 하나를 절단하게 된 주인공의 이야기는 결론 없 는 드라마를 본 것처럼 허망하고 두렵고 무서웠다. 소설 속에서 '무서움'도 '욕망'의 일종이라며 '손해비용을 치르려하지 않는 욕망'을 보며 '각자의 애원은 각자의 것을 지키려는 욕망, 애원도 욕망의 일종'이고, '각자의 내부에서만 공명할 것'이라는 표현들로 지구의 환경과 인류의 미래를 위해 그 누구도 손해비용을 치르려 하지 않는 지구촌 국가 들의 모습이 오버랩되어 우울하게 느껴졌다.
이상욱의 <어느 시인의 죽음>
인간 고기의 맛에 반한 외계인 '가브'는 인간을 식재료로 사용하겠다고 선언하고 이에 각국 대표는 인류 종말을 막기 위해 '더 맛있는 인간'을 공급하겠다는 불평등 조약을 맺게 된다. 정리해고를 당한 대수는 아내의 유언인 딸 수희를 위해 인간 식재료 계약의 수수료가 필요하고 주유소 알바로 살아가던 왕따이면서 전교 꼴찌인 용천은 가족에게 거액의 연금을 지급한다는 계약 조건으로 고민하는데 이 소설을 보면서 용천 이 가진 시인으로서의 가능성이 무시된 채 가능성 없는 인간으로 평가 받으며 식재료로 전락해버린 용천의 모습과 '가브'의 약화를 위해 독성 주사를 주입한 용천의 시체가 그저 우리가 햄과 같은 가공육류를 먹을 때 살짝 데쳐서 사용하면 되는 그런 취급을 받는 모습에서 허망하면서 도 겁나는 느낌에 무서움이 들었다. 이 소설은 마치 김동식님의 소설을 읽는 듯 했다.
조시현의 <어스>
인간의 몸에서 미세 플라스틱과 중금속이 꾸준히 검출되었고 마침내 죽은 인간의 몸이 지구의 땅을 황폐화시킨다는 연구 결과로 죽은 사람의 시체가 산업쓰레기로 분류되어 매장이나 화장을 금지하는 법이 시행되는 사회에 대한 이야기이다. '안나'는 병으로 죽기 전 유언으로 '나'에게 땅에 묻어 달라는 유언을 남기는데 먼 미래의 지구에서 인류에게 '찾아갈 곳, '돌아갈 곳'조차 허락되지 않는 현실을 경고하는게 안타까우면서도 정신이 번쩍들게 하는 이야기였다.
배명훈의 <조개를 읽어요>
조개들의 말을 연구하는 화자를 통해 '파도 하나까지 기억하는' 조개의 모습을 그려내면서 광활하고 아득한 자연의 모습을 다정하게 그려 낸다. "태어나서 평생 죽을 때까지 딱 한마디만 하는" 조개들의 말을 연구하는 '나'는 자신의 일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이것 봐. 얼마나 멋지냐고. 아라비아해를 따라 넓게 펼쳐져 있는 이 모래밭이 내 일터라고. 여기 얼마나 좋아. 낙원이 따로 있나. 동네 어디를 가도 파도 소리가 들려!“
"재밌어. 이 일이 좋아. 큰 욕심 같은 건 버리게 돼.”
"이 일을 하다 보면 그런 큰 성공보다는 작은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순간이 더 좋거든."
아마 인류가 만나 본 적 없어도 본능적으로 그리워하는 정면과 분위기 일 것이다. 우리가 아직 이 풍경에서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면 여기 서부터 시작하면 된다. 우리가 사랑하는 것들이 계속 존재할 수 있도 록, 우리 다음 세대와 그 다음 세대, 또 그 다음 세대까지 그 아름다움 을 느낄 수 있도록 오늘 우리는 우리 선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면 될 것이다.
모든 생명들이 살아 숨 뒤는 더 나은 지구를 상상하면서 우리가 아끼는 모든 것이 허무하게 사라지지 않도록 이 곳에서 다음 그 다음, 또 그 다음 새싹을 미래 세대에게 전할 수 있도록 우리에게 필요한 이 여덟가지 이야기를 반드시 읽어보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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