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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정과 열정 사이
츠지 히토나리 외 1명 지음
(주)태일소담출판사 펴냄
냉정과 열정 사이, 그 잔혹한 온도차와 감정에 대하여
에쿠니 가오리와 츠지 히토나리의 소설 《냉정과 열정 사이》는 서로 다른 온도로 살아가는 두 남녀의 10년을 그린다. 붉은색(Rosso)의 아오이가 품은 서늘한 침묵과, 푸른색(Blu)의 쥰세이가 쏟아붓는 집요한 기억의 열기는 소설 속에서 피렌체 두오모 성당의 낭만으로 승화된다.
소설 속 쥰세이처럼 언제나 진심을 다해 마음을 건네는 사람은 늘 관계의 ‘을’이 된다. 나의 온도는 끓어넘치는 열정이었으나, 상대방과의 관계에서 돌아온 것은 지독하리만치 서늘한 냉정뿐이었다. 배려라는 이름으로 건넨 관심은 읽씹과 안읽씹이라는 무관심의 벽에 부딪혀 침몰했다. 진심으로 다가가면 늘 결말이 비참해지는 이유는 명확했다. 상대방은 애초에 나와 관계의 온도를 맞출 생각이 없었기 때문이다.
시작은 눈부셨다. 상대는 나를 향해 “매력적이다”, “재밌다”, “신기하다”며 호기심 어린 열정을 보였다. 하지만 관계가 시작되고, 상대를 진심으로 아끼는 마음에 한 걸음 더 조심스러워지고 더 깊이 배려하기 시작하자 잔인한 표변이 일어났다. 소중해서 아껴주려던 나의 배려와 조심성은 어느새 ‘시시함’과 ‘재미없음’, ‘지루함’이라는 냉소로 격하되었다. “노력하라”는 상대의 차가운 평가는, 진심을 바친 마음에 씻을 수 없는 흉터를 남겼다. 열정을 쏟아부은 대가가 고작 무자비한 품평이었던 셈이다.
현실의 비대칭은 훨씬 잔인하다. 그것은 그리움이 아니라 감정의 착취다. 내가 힘들고 무너져 내릴 때 상대는 차가운 벽 뒤로 숨어 손길 한 번 내밀지 않았지만, 자신이 외롭고 흔들릴 때면 어김없이 나를 찾아와 기대었다. 그 순간 나는 사랑받는 연인이 아니라, 상대의 불안과 허기를 받아내는 ‘감정 쓰레기통’에 불과했다. 필요할 때만 피어오르는 상대의 온기는 결코 열정이 아니라, 철저하게 자기중심적인 피난처 찾기였다. 상대를 곁에 두고 자존감을 채우는 수단으로 삼고 싶지만, 온전한 관계를 지탱하는 무게와 책임은 지기 싫다는 비겁함. 나의 열정을 값싼 연료처럼 태우면서 정작 본인은 단 한 방울의 에너지도 쓰지 않겠다는 그 얄팍한 계산이 마음을 무참히 난도질했다.
남는 것은 까맣게 타버린 재와 깊게 파인 자괴감, 그리고 “진지하게 다가가면 언제나 끝이 나쁘다”는 비참한 상처뿐이다. 상대의 서늘한 냉정 앞에서 내 열정을 억지로 불태우며 ‘을’의 자리를 자처할 이유는 이제 없다. 재미와 자극만 좇으며 배려를 지루함으로 매도하는 미성숙함, 필요할 때만 찾는 이기적인 관계의 끈을 내 손으로 끊어내야 한다. 상대의 시혜 같은 안부와 편의적인 기댐에서 벗어나, 이제는 내 쪽에서 먼저 단단하고 단호한 ‘냉정’을 찾아야 한다. 나를 소모품 취급하는 관계에서 기꺼이 등을 돌리는 차가움, 그것이야말로 내 안에 남은 마지막 존엄을 지키는 가장 뜨거운 방법일 것이다.
그러면서도 나는 여전히 기도한다. 언제나 을의 자리에 서서 상대의 냉정을 배려로 덮어주려 했던 그 시간들이, 사랑이 아니라 서서히 자신을 갉아먹기만 했던 유예는 아니었기를.
나의 잔인했던 경험과는 달리 소설 속 두 주인공은 10년의 세월을 돌아 결국 같은 장소에서 마주하며 서로의 오해를 풀고 사랑을 확인한다. 대학생 시절 이 소설을 처음 읽었던 날부터 지금까지, 나는 언제나 피렌체 두오모 성당에서 마주하는 기적 같은 사랑을 꿈꿔왔다. 그리고 깊은 상처를 지나온 지금도, 내게 온전히 닿아줄 그런 온도의 사랑이 언젠가 찾아올 것이라 여전히 믿고 싶다.
👍
달달한 로맨스가 필요할 때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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