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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 절벽의 신자들

조예은 (지은이) 지음
오리지널스 펴냄

읽었어요
마치 ‘그것이 알고 싶다’의 소설 버전을 보는 것 같았다.
’그것이 알고 싶다‘를 보면서, 또 이 책을 읽는 내내
왜 사람들은 저렇게 어처구니없는 이야기에 빠지는 걸까 생각했다.
그런데,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을 때 누군가가 내 앞에 나타나
이런 이야기를 들려준다면 흔들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러분은 지인의 추천이나 전단지, 신문 광고를 통해 이 강연장을 찾았습니다. 별 이유 없이 지나가다 마음이 이끌렸을 수도 있겠지요. 그렇게 저를 만났습니다. 제 앞에서, 제 이야기를 듣고 있습니다. 그러나 드넓은 우주 어딘가엔 이 곳에 오지 않은 여러분이 존재한다는 겁니다. 가장 후회하는 일을 떠올려 보십시오. 찰나의 선택으로 우리는 많은 것을 망치고 맙니다. 실수를 돌이키는 상상을 누구나 한 번쯤은 해보았을 겁니다. 하지만 우주 어딘가에는 실수하지 않은, 적절한 선택을 한, 아무것도 잃지 않은, 성공한 우리가 있습니다. 절망을 모르는 우리, 슬픔을 겪은 적 없는 우리요. 여러분에게 이 사실은 위로입니까, 고통입니까?’(p.125)

힘든 나날을 보내는 누군가에게 저 이야기는
그것이 사실인지 아닌지보다 그저 구원처럼 들렸을 것이다.
현실을 견디는 것보다 현실이 아닌 무언가를 붙잡는 편이
그들에게는 덜 고통스러울수도 있을테니.

사이비 종교와 인간의 나약함에 관한 이야기라고 생각하며 읽었지만,
다 읽고 나서도 현실과 꿈의 경계가 모호하게 느껴졌다.
내가 제대로 이해한 것인지조차 헷갈리지만,
어쩌면 그 혼란 속에서 이 소설이 던지는 질문을 붙잡아 본다.
우리는 무엇을 믿고 싶어 하는가.
그리고 그 믿음은 어디까지 우리를 데려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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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몬 베유의 말에서 따온 ‘어떻게 지내요’라는 말은
원어인 프랑스어로는 ‘무엇으로 고통받고 있나요’라고 한다.
‘무엇으로 고통받고 있나요’라는 이 문장은
내 눈에는 보이지 않더라도 모두가 저마다의
힘겨운 싸움을 하는 있겠구나를 생각하게 하고
정말 다들 잘 지내고 있는걸까를 생각하게 했다.
이 책은 조력사망과 우정이라는 주제를 통해
삶과 죽음에 관한 질문을 던진다.
스스로 생을 마감할 권리와 누군가에게 그런 부탁을 받았을 때
나는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보게 한다.
내가 실제로 그런 상황에 놓인다면 어떤 결정을 내릴 수 있을까.
당사자의 고통을 온전히 알 수 없다는 사실과
사랑하는 사람을 보내야 한다는 마음 사이에서
쉽게 답을 찾기는 어려울 것 같다.
생각할수록 마음이 무거워진다.

최근에 영화 ‘흐르는 여정’을 봤다.
영화는 주인공이 스스로 생을 마감하기까지의 여정을 그린다.
책과 영화가 같은 주제를 다루는 방식은 다르지만,
두 작품을 통해 내가 생각하게 된 것은 결국
어떻게 사랑하고, 어떻게 보내며, 어떻게 남겨질 것인지,
그 의미를 얻었다는 것이다.
또 내가 어떤 마지막을 맞이하게 될지는 알 수 없지만
내 마지막 여정에 꼭 가족이 아니더라도
가족처럼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사람들이 함께한다면,
조금은 덜 외로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지내요

시그리드 누네즈 (지은이), 정소영 (옮긴이) 지음
엘리 펴냄

읽었어요
1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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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홀로코스트 생존자 이야기라는 것을 알고 읽기 시작해서,
그동안 읽었던 책들과 비슷한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했다.
그런데 분노라는 감정조차 찾아보기 어려운 담담함이 의아했다.
그러다 마지막 문장을 읽고는 당황스럽기까지 했다.

“사람들이 나중에 묻는다면 그때는 강제수용소의 행복에 대해 얘기해 주어야 할 것 같다.”

어떻게 여기에서 행복을 말할 수 있는 걸까.
열네 살 소년이 이 가혹한 현실을 어떻게 운명으로 받아들인다는 걸까.
정말 상상조차 하기 어려운 마음이라고 생각했다.
우리는 끔찍한 일을 겪은 사람의 마음을 분노,슬픔,고통으로
생각하겠지만 그들의 마음을 몇 가지 감정으로 설명할 수 없단것을
이 책을 통해서 보게 된 것 같다.
또 이 소설을 읽으며 홀로코스트 생존자들의 마음이
여러 가지 형태일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해 보게 되었다.
같은 비극을 겪었다고 해서 모두가 같은 방식으로 기억하고,
같은 감정으로 살아가는 것은 아닐 테니까.

그곳에서의 행복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나는 끝내 온전히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몇 가지 단어들로 살아낸 사람들의 마음을
전부 설명할수 없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배웠으니까.

운명

임레 케르테스 지음
민음사 펴냄

읽었어요
5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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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도 그런 게 아닐까? 나는 행복하고 슬프지 않다. 나는 행복하지 않고 슬프다. 나는 행복하고 슬프다. 나는 행복하지도, 슬프지도 않다. 이 모두를 말해야 인생에 대해 제대로 말하는 게 아닐까?‘(p.77)

단편 중에 저 문장이 있는 ‘수면 위로’가 좋았다.
행복하면 슬프지 않아야 하고, 슬프다면 행복하지 않은 것처럼
행복과 슬픔을 서로 반대편에 놓고 생각했었던 것 같다.
하지만 함께여서 행복하면서도 언젠가 헤어질까 봐 슬프고,
힘든 시간을 보내면서도 문득 찾아온 작은 기쁨에 웃기도 하듯
실제 삶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우리는 어느정도 안다.
그래서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살아간다는 건 행복과 불행 중 하나를 선택하는 일이 아니라,
그 모든 감정을 지나오며 살아가는 일이라고.

눈 내리는 삼일포

김연수 (지은이) 지음
문학동네 펴냄

읽었어요
1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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