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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락원

와타나베 준이치 지음
창해 펴냄

아베와 기치조의 그 유명한 이야기를 슬쩍 흘리며 이어가는 구키와 린코의 사랑이야기는 외도였으나 동시에 사랑이기도 했다. 서로 다른 누구의 남편이고 아내였으므로 떳떳하고 자유로울 수 없었지만 그렇다고 이들이 나눈 감정이 거짓이라고는 할 수 없는 것이다.

구키는 직장에서 좌천되고 인생에 회의를 느끼게 된 흔한 샐러리맨, 린코는 돈 잘 버는 의사 사모님이지만 감정과 성욕 모두에서 충족받지 못하던 외로운 여인이었다. 그들은 서로에게 부족한 곳을 메워줄 수 있었고, 실제로 그리 되었다. 다른 많은 연애가 그렇듯이.

그러나 아베와 기치조의 이야기와 같이 성의 유희에만 탐닉한 이들의 사랑은 예견된 파멸로 치닫는다. 과도한 현재에의 집착은 모든 것이 변하고야 만다는 당연한 사실로부터 도피하도록 이끌었고 마침내 변태적이며 비정상적인 결말에 이르게 된다. 아베와 기치조의 사랑이 그러했던 것처럼.

아무 사랑이나 할 때는 쉽게 사랑할 수 있지만 깊이 누구를 사랑하고 나면 불가능에 가까운 완전한 사랑을 꿈꾸다 끝내 사랑할 수 없게 된다고, 누군가가 말했었다. 어느 시점에서부터 구키와 린코의 사랑이 그러했다. 이를 수 없는 것에 대한 집착은 파멸이 되고 마침내 무엇도 아닌 것이 되고야 말았다.

작가는 이들도 남들처럼 사랑했을 뿐이라고 말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건 사실 순수한 사랑이야기는 아니다. 안타깝다.
2024년 1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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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ldstarsky

내가 해봤으니 누구나 할 수 있다는 판단은 오만하고, 최신 학술연구며 임상기록 반영에 게으른 건 시시하다. 흔한 내용들만 어지럽게 나열해 구태여 책을 찾아 읽을 이유가 없다. 식이조절하고 운동하란 내용을 길게 적어놨을 뿐. 한국이나 일본이나 TV 자주 출연하는 의사는 믿을 게 못된다.

다만 한 가지. 음식물 섭취순서부터 먹는 시간대 조절 등 단순한 습관 개선만으로도 큰 효과가 있다는 사실이 지난 10여 년 간 다이어트와 관련한 의학계의 주목할 만한 발견이다. 이를 알기 쉽게 풀어놓은 방법론이라면 굳이 따르지 않을 이유가 없다. 아무리 위고비와 마운자로의 시대라지만 약물보다 중요한 지식, 가르침이 분명히 있는 것이다.

이상 어제 친구들과 분식집서 온갖 튀김에 떡볶이를 안주로 깔아놓고 자정까지 진탕 마시고 헤어지기 아쉽다며 편의점에 들러 붕어싸만코까지 하나 때린 뒤 막차 타고 들어온, 지금껏 다이어트 따윈 해본 적이 없는 중년 아재 씀.

내장지방 빼는 최강의 비결

이케타니 도시로 지음
길벗 펴냄

7시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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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ldstarsky

오래 관찰해야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다. 자주 나다니는 골목에 인간 아닌 생명이 몇이나 살아가고 있는지를 나와 같이 무심한 인간은 영영 알지 못할 텐데. 저자는 다르다. 인왕산 초입에 자리한 계곡엔 들개들이 산다는 걸, 서촌에 어둠이 깔리면 고양이들의 시간이 도래한다는 걸 그는 잘 알고 있다는 이야기다. 나이가 든 고양이가 털에 용변을 묻히고 다니는 모습에서 생에 허술해진 쇠락의 징후를 읽어내고, 인간의 관계맺음이며 위계에 결코 편입되지 않는 본성으로부터 각각의 생이 다만 스칠 뿐인 이색적 광경을 묘사한다.

어느날 주차장에서 다른 고양이에게 목덜미를 공격당하던 작은 고양이를 구출한다. 고양이 입장에선 사선을 넘나든 증거일까. 귀 한 쪽이 잘려 있는 그 없음에서 도리어 보리란 개체를 특징짓는 있음을 발견하는 글쟁이의 시선이 흥미롭다. 그러고보면 과연 그러한데, 우리네 인간들에게서도 가진 무엇보다도 갖지 못한 어떤 것이 스스로를 존재짓는 순간이 쉬이 목격되곤 하는 것이다.

먼저 기르던 나이든 고양이 일다가 뒤늦게 들여온 어린 고양이 보리와 같은 공간에서 살아가게 되기까지의 과정도 흥미롭다. 저자는 철저히 영역 동물인 두 고양이의 공존이 개처럼 위계질서 강한 무리 안에 편입되거나 인간처럼 가족 구성원에 드는 것이 아닌 기묘한 우정에 가깝다고 말한다. '함께 있음의 감각을 받아들'여 '천천히 환대'한다는 표현을 찾아내기까지 글쟁이로서 얼마만큼 많은 관찰과 고심이 있었을지 짐작할 만하다. 저자가 작가의 말에서 밝힌 바, '고양이 하기' 혹은 '고양이 되기'라는 이룰 가망이 없어서 시도하고픈 글쓰기는 이토록 세심하고 진득한 관찰을 통해서만 가 닿을 수 있는 것이었을 테다.

너는 우연한 고양이

이광호 지음
문학과지성사 펴냄

1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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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노볼이 있다. 건전지를 넣고 태엽을 돌리면 빛이 나고 멜로디가 나오는 작은 세계가 안에 들었다. 소설은 두터운 유리막 바깥의 세계, 폭탄이 터지고 봉쇄와 기근 앞에 무력한 진짜 세상을 대비한다. 스노볼 안쪽보다 더 실제에 가까운 이 세상에는 모두 헤아릴 수 없는 적의들이 아무렇게나 흘러다닌다. 그러나 그게 전부일까.

러우전쟁이 본격화한 지 벌써 4년이다. 소설은 그 전장 한 가운데 놓인 부부와 이중 아내를 대륙 저편에서 인터뷰하는 어느 사내와 그 아내를, 또 그와 인연이 있는 옛 친구이자 사진가, 그 사진가가 먼 전장에서 만난 사람들까지의 사연을 하나씩 풀어놓는다. 주목하는 건 은근하고 따스한 연결이며, 그 소소한 연결이 구하는 위태로운 생들이다. 사람과 사람이 이어질 때 러우전쟁과 가자지구는 저들의 문제가 아닌 우리의 문제가 되고, 비로소 빛과 멜로디를 내는 태엽이 돌아가기 시작한다는 그런 얘기.

뭐, 의미는 좋다.

빛과 멜로디

조해진 지음
문학동네 펴냄

3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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