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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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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락원

와타나베 준이치 지음
창해 펴냄

아베와 기치조의 그 유명한 이야기를 슬쩍 흘리며 이어가는 구키와 린코의 사랑이야기는 외도였으나 동시에 사랑이기도 했다. 서로 다른 누구의 남편이고 아내였으므로 떳떳하고 자유로울 수 없었지만 그렇다고 이들이 나눈 감정이 거짓이라고는 할 수 없는 것이다.

구키는 직장에서 좌천되고 인생에 회의를 느끼게 된 흔한 샐러리맨, 린코는 돈 잘 버는 의사 사모님이지만 감정과 성욕 모두에서 충족받지 못하던 외로운 여인이었다. 그들은 서로에게 부족한 곳을 메워줄 수 있었고, 실제로 그리 되었다. 다른 많은 연애가 그렇듯이.

그러나 아베와 기치조의 이야기와 같이 성의 유희에만 탐닉한 이들의 사랑은 예견된 파멸로 치닫는다. 과도한 현재에의 집착은 모든 것이 변하고야 만다는 당연한 사실로부터 도피하도록 이끌었고 마침내 변태적이며 비정상적인 결말에 이르게 된다. 아베와 기치조의 사랑이 그러했던 것처럼.

아무 사랑이나 할 때는 쉽게 사랑할 수 있지만 깊이 누구를 사랑하고 나면 불가능에 가까운 완전한 사랑을 꿈꾸다 끝내 사랑할 수 없게 된다고, 누군가가 말했었다. 어느 시점에서부터 구키와 린코의 사랑이 그러했다. 이를 수 없는 것에 대한 집착은 파멸이 되고 마침내 무엇도 아닌 것이 되고야 말았다.

작가는 이들도 남들처럼 사랑했을 뿐이라고 말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건 사실 순수한 사랑이야기는 아니다. 안타깝다.
2024년 1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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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 브라운 최고 걸작. 어찌 이리도 정교한 작품을 써낼 수가 있었을까.

천사와 악마 1,2권 세트

댄 브라운 지음
베텔스만 펴냄

1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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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독립영화협회 '독립영화 쇼케이스' 행사 관련 책자다. 시 예산이 완전 삭감되며 폐지를 알렸던 이 행사가 기적적으로 되살아났다. 개봉 및 배급에 어려움을 겪는 독립영화를 관객에 선보이는 드문 자리, 그마저도 큰폭으로 예산이 삭감된 지난해엔 겨우 6차례 진행된 게 전부였는데 그마저도 사라질 뻔했다. 내가 서울을 애정하는 이유 중 하나인 이 행사가 마침내 살아난 것을, 거기에 가만히 당하고만 있지 않았던 시민들의 수고가 있었음을 나는 다행하다 여긴다.

책은 상영된 작품의 제작일지와 비평, 행사서 진행된 GV까지의 기록이다. 다른 곳에선 접하기 어려운 영화 뒷얘기를 찾아볼 수 있는 건 흥미로운 대목. 창작자들이 작품을 만들기까지 겪어낸 결코 만만찮은 지점들을 돌아보자면 그 존재조차 몰랐을 작은 영화들을 달리 보게 될지 모를 일이다.

응원한다 말할 수 있는 일이 당신에겐 몇이나 있는가. 내겐 독쇼케가 그중 하나다.

2025 독립영화 쇼케이스

한국독립영화협회 편집부 지음
한국독립영화협회 펴냄

3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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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의 기준이 후퇴하는 세상이다만 그래도 지켜져야 하는 울타리는 있다. 국가가 노동을 규율하는 방식도 그중 하나다. 노동이 당연한 세상을 살면서도 노동 관계 법령에 무지한 건 꼴불견이다.

노동자가 꼭 챙겨야 할 법률들이 알기 쉽게 들어찼다. 딱딱한 법규와 해석이 아니라 다채로운 사례학습으로 구성한 실전적 가이드북이다. 한국 최초로 세대별 노동조합을 이룬 청년유니온의 경험이 담겼다. 근로계약, 취업규칙, 단체협약, 법령까지 개별 노동의 형태를 이루는 네 층위부터 포괄임금제며 산재, 임금체불, 퇴직금 등 알아두어야 하는 개념을 훑어나가는 과정이 유익하다.

오늘 당연한 모든 게 한때는 당연하지 않았다. 전태일이 분신했던 당시에도 법은 있었다. 아는 이들이 외면하고, 모르는 이들은 알려 하지 않아서 그는 제 몸에 불을 당겼다. 역사를 아는 이들은 법이 피로 쓰였음을 이해한다. 상식의 울타리를 보수해야 하는 이유다.

나를 지키는 노동법

청년유니온 지음
한겨레출판 펴냄

4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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