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는 상어
@chaekikneunsang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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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야. 내 인생을 상대하러 나선 놈, 바로 나.]
‘나’를 찾지 못한 청년들에게 바치는 이야기.
정유정 작가의 소설은 나랑 그닥 맞지 않아서 안 읽었었는데, 『내 심장을 쏴라』는 유명한 소설이기도 하고, 리뉴얼된 표지가 너무 내 취향이라서 마음 잡고 읽게 됐다. 그리고 결국 최애 소설 탑 쓰리에 들어갈 정도로 깊게 남았다.
사실 초반 1~20페이지까지는 재미가 없다. 내가 초반 페이지를 대충 읽는 경향이 있기도 했고, 내용 급전개와 등장인물이 많은 점이 겹쳐 이해가 조금 힘들었다. 이 이야기는 병동에서부터 시작된다. 수명이 병동에 오게 된 이유와 그 이전의 이야기는 서두를 여는 정도이고, 본격적인 시작은 병동에 도착한 이후라고 느껴졌다.
수명이 ‘자기 자신을 잃고 방황하던 존재’라면, 승민은 ‘자기 자신을 잃지 않으려 싸우는 존재’다. 수명은 그런 승민을 지켜보면서 자기 자신을 찾기 시작하는 여정을 시작한다. 승민을 만나기 전, 수명은 병동에 입원한 채 시키는 것을 하고, 하지 말라는 것은 하지 않으며, 그저 눈에 띄지 않게 무던하게 지내왔다. 그러던 중 하라는 것은 하지 않고, 하지 말라는 것도 해버리는 승민을 만나게 된다.
[이제 빼앗기지마. 네 시간은 네 거야.]
누구도 누구의 편이 아니던, 보호사의 의미가 퇴색된 공간 속에서 승민은 수명에게 눈이 되어주고, 자유 그 자체가 되어주었던 존재였다. 그리고 수명은 그런 승민을 통해 자신이 빼앗겨왔던 시간을 인지하게 된다. 수명은 언제든 준비가 되면 자유를 찾을 수 있는 사람이었지만, ‘자기 자신’이라는 벽에 막혀 그 자유를 가지지 못하고 있었다. 그의 시간은 현재가 아니라, 어머니를 잃었던 그 시간에 머물러 있었기 때문이다. 아마 그 한마디 이후로 수명은 승민에게 점점 더 관심을 기울이게 되었을 것이다.
[뚫고 나갈 곳이 없었다. 멈출 수도 없었다. 모든 것이 너무나 가까웠다. 결정적으로, 멈추는 법을 몰랐다. 승민은 내게 질주만을 가르쳤다. 그러니 질주할 밖에.]
수명이 자기 자신의 의지로 자유를 향해 뛰기 시작한 순간이다. 수명은 승민에게 눈이 되어주었고, 승민은 수명에게 뛰는 법을 가르쳐주었다. 멈추지 않고 원하는 것을 쟁취하기 위해, 자유를 위해 싸우는 법을. 오직 죽음만이 나의 자유를 빼앗을 수 있을 것이라는, 극단적이면서도 강렬한 방식으로 말이다.
단 한가지… 승민의 ‘비행’은 진정한 ‘자유’가 맞을까?
승민이 자기 자신을 잃지 않기 위해 선택한 마지막 비행, 승민은 수명에게 자유를 찾아주었지만, 결국 자기 자신의 자유는 돌려받지 못한 게 아닐까…
[그럼 우리는 이수명 씨의 첫 비행을 지켜본 사람들인가요?]
승민은 자유를 위해 마지막 비행을 선택했고, 수명은 그 비행을 이어받았다. 그리고 이제 수명의 비행은 시작되었다. 이 작품은 단순한 탈출의 이야기가 아니라, 자기 자신을 되찾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라고 느껴졌다.
작품을 읽기 전에는 이 작품이 단순히 ‘자아찾기’인줄 알았다. 물론 자아 찾기도 있긴 하지만, 그보다 더 깊고 강렬한 자유를 위한 투쟁이 작품 속에 녹아 들어 있었고, 그 속에서 독자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너는 널 위한 투쟁을 하고 있는지.’, ‘너는 너의 자유를 찾았고’, ‘너는 너의 시간을 살아가고 있는지.’
그 질문 속에서 답을 찾는건 제법 오래 걸릴 듯 싶다…. 내가 지금 날 위한 투쟁을 하고, 자유를 찾았는지는 모르겠지만 한가지 확실한건 내 시간은 살아가고 있는 것 같다. 내게 승민 같은 사람은 없었지만, 인간이란 어떻게든 살아가기 위해 투쟁하기 위한 존재로 만들어졌으므로… 승민은 그저, 수명이의 안에 잠들어있던 그 존재를 깨워줬을 뿐, 없던 것을 만들어내 준 것은 아니다.
언젠가 내 안에 있는 용기도 승민과 수명처럼 날아오를 수 있도록.
그리고 그 날이 온다면, 나는 더 이상 도망치지 않고, 내 인생을 정면으로 상대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 있을 것이다.
그때의 나는 비로소, ‘나의 시간’을 온전히 살아가는 사람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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