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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 1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은이), 전미연 (옮긴이) 지음
열린책들 펴냄
•파라다이스의 평화로운 나날들
[지나간 시간은 흔적을 남겼어. 하루가 모여 일주일이 되고 일주일이 모여 한 달이 됐지. 이제 가을의 끝자락이 야. 곧 겨울이 시작되고 추위가 찾아올 거야.]
[우린 대단한 일을 해냈어. 너와 나, 우리 둘이서.]
[우리한테는 더 멋진 미래가 남아있어,바스테드. 기대해]
•비행
아직 네 영혼을 울릴 만한 예술을 만나지 못해서 그 런 거니까 실망하지 말래. 그리고 음악과 미식이 예술의 전부가 아니라고 꼭 말해 달래. 회화나 조각, 무용도 있 고 향수, 패션, 원예 등도 하나의 예술적 표현 형태가 될 수 있대. 네가 이런 예술의 개념을 구체적으로 이해하는 날이 오길 바란대. 또 네가 진정으로 인간 문명을 계승할 고양이 문명을 확립하고 싶다면 예술의 위력을 깨달아 그것을 강력한 무기로 삼아야 한대. 어떤 종이 세상을 지 배하는 방법은 그 종이 가진 힘이나 지능이 아니라 자신 의 한계를 끊임없이 뛰어넘으면서 미를 창조하는 능 력이라고, 이 점을 강조해 달래.
•급수탑
[내 말 잘들어, 이 거만한 동물아. 우린 누군가의 소유가 되기 위해 세상에 태어난 게 아니야. 암고양이들은 더더욱 그래. 우린 자유롭게 존재할 뿐이야.]
•숙명론
숙명론이라는 단어는 이미 쓰여 있는 운명이라는 뜻 을 가진 라틴어 〈파툼/fatum〉에서 왔다.
숙명론자는 우리에게 일어나는 모든 일은 이미 쓰인 시나리오에 따른 것이라고 믿는다. 이 시나리오 속 각각 의 단계는 우리를 뛰어넘는 초월적인 존재, 가령 신들이 나 유일신, 혹은 자연의 법칙들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에, 우리가 하는 선택은 아무 의미가 없다고 주장한다. 이런 입장에서 보면 해로운 경험은 존재하지 않는다. 모든 것이 초월적 시나리오의 톱니바퀴가 돌아가면서 생 기는 일들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불평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맞서 싸우는 것 또한 무의미하다. 세상은 바꾸려 애쓰지 말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다. 고통과 고난과 불행은 우리 존재의 시험대 이므로 당연히 감내해야 한다.
키케로는 『운명론』에 이렇게 쓰고 있다. <당신이 병에 걸렸는데 만약 나을 운명이라면 의사를 불렀든 부르지 않았든 나을 것이고, 낫지 못할 운명이라면 의사를 불렀 든 부르지 않았든 낫지 못할 것이다.> 초기 불교의 육사외도 중 한 사람인 막카리 고살라는 고타마 싯다르타보다 한 세기 정도 늦게 인도에 서 태어났다. 아지비카교를 만든 그는 이렇게 숙명론을 주창했다. 좋은 행동이든 나쁜 행동이든 어차피 아무런 영향도 끼치지 못한다. 어떠한 종교 행위도 어떠한 형태 의 헌신도 아무것도 바꿔 놓을 수 없다. 어차피 존재의 흐 름이 다하면 우리는 자동적으로 해탈에 이르게 되어 있다.> 하지만 싯다르타는 이런 주장과는 반대로, 우리가 하 는 선택이 카르마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했다. 숙명론은 자유 의지를 부정함으로써 인간을 책임에서 자유로운 존재로 규정하는 반면, 부처는 인간이 하는 모 든 행동이 결과를 초래하니 심사숙고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개의 시간
네가 무엇을 하든 자연은 다 알고 있단다. <네가 하는 행동에 따라 자연으로부터 상을 받을 수도 벌을 받을 수 도 있어.> 이러면서 엄마는 내게 자연에 대한 두려움을 가르쳐 주었다.
좋은 말은 맞지만, 솔직히 동의하지는 않는다. 우리가 하는 행동은 자기 자신을 위한 것이니 대가를 바라선 안 된다. 다른 보상을 기대하고 행동하면 실망하거나 좌절 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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