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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이 따위 레시피라니
줄리언 반스 지음
다산책방 펴냄
영국 특유의 빈정거리며 꼬아대는 유머가 가득한 수필이다. 줄리언 반스는 #맨부커상 을 수상한 영국의 대표 작가들의 반열에 있다. 소설가인 그는 요리를 즐겨 하나보다. 반스는 자신의 부엌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유쾌한 투덜거림으로 소개한다.
나는 영국에 있을 때 영국 식당에서 요리사로 거의 7년에서 8년을 근무했다. 샌드위치부터 샐러드바를 책임지고 중국에는 거의 매일 120인분의 갖가지 수프를 끓였다. 웬만한 이탈리안 파스타는 조리할 줄 알고 고기 요리도 어렵지 않게 한다. 반스는 책을 읽으면서, 요리에 전혀 관심 없이 살던 내가 처음 레시피 북을 접했을 때가 생각난다.
사실 주방에서 일일이 개량하는 것은 쉽지 않다. 레시피를 정확하게(?) 따르면 결과는 90% 이상 보장되지만 조리 시간이 하염없이 길어지는 것 또한 90% 이상 보장된다. 게다가 정확한 레시피를 정확하게 따르는 것이 용이하지 않다. 옛날 레시피 책에서 말하는 오븐의 온도와 현재 주방에서 사용하는 오븐의 온도를 맞추는 것이 쉽지 않고 개량 기기들을 정확성도 사실 믿을 만한 것이 못된다.
맛과 모양새가 그럴듯한 치즈 케이크를 굽는데 3시간 이상 걸리기도 했다. 레시피는 분명 한 시간 반이라고 했는데 말이다. 그 이후로 나는 다시는 굽지 않는다. 조리 과정에서 오는 즐거움이 시간에 비례해서 크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떤 친구는 남기기까지 했다!
책은 요리에 국한되어 쓰인 듯하지만, 나는 좀 더 확대 해석했다. 서점의 두어 코너는 차지하는 삶의 여러 지침서들. 읽으면 “아 그러네” “맞네. 이렇게 해야 하네. “내가 왜 이렇게 살았지?”라는 감탄사와 동의를 끌어내는 책들이 그렇다. 뭔가 살아간다는 것의 전문가들이 쓴 책 같지만 우리의 삶에 정확히 적용하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새로운 주방기구를 사고 요리 애호가들을 미혹시키는 요리 나부랭이 책들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요리할 때 혼란을 불러일으킨다. 가령, 신선한 계란을 고르려면 선반의 뒤쪽의 계란을 고르라던 가(가능성이 지 정확성은 아니고) 수란을 만들 때 식초를 넣어도 되지만 굳이 넣지 않아도 된다던가 (난 원래 넣었다가 지금은 넣지 않는다. 딱히 다른 점을 모르겠다.)
우리가 현재 하고 있는 불확정스러운 일들과 계획들은 실패를 거듭하며 완성되어 나간다. 인생의 레시피는 수많은 사람들의 경험에 의해서 증명된 절대적인 법전으로 이해되거나 시도되어서는 안된다. 각자의 기호에 맞게 수정되고 시도되어야 한다. 반스는, 요리책을 고를 때, 과장된 편집된 삽화들이 들어간 요리책과 특정 지역의 특별한 요리들을 소개한 요리책은 피하라고 권한다. 삶의 질적 향상을 위한 지침서를 고를 때도 적용할 만한 조언이다.
요리를 전혀 알지 못해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다만, 책에 언급되는 유명 요리사들을 전혀 알지 못하거나 먹는 것에 관심이 1도 없다면 책의 재미가 조금 떨어질 것 같기도 하다.
반스 작가랑 친구하고 싶다.
매우 추천!
“그런데 왜 요리책은 수술 지침서처럼 정밀하지 않을까?...어쩌면 요리책 같은 수술 지침서도 있을지 모르겠다. 그렇다면 아마 이렇지 않을까? ‘관을 통해 마취약을 소량 대충 집어넣는다. 환자의 살을 한 토막 잘라낸다. “P26
“간단한 단어부터 문제다. 한 덩어리는 얼마만큼이지? 한 모금 또는 한 덩이는 얼마만큼이지? 언제를 이슬비라고 하고 또 언제를 그냥이라고 하느냐 하는 문제와 다를 게 없다. “P41
“요리를 시작하고 가장 먼저 배우게 되는 교훈은, 요리책이 아무리 솔깃해 보여도 어떤 요리들은 반드시 음식점에서 먹어야 제일 맛있다는 사실이다. P74
고질적 불평쟁이가 요리책을 쓴다고 상상하면 이럴 것 같다. “이 요리는 잘되지 않을 것이다. 아마 맛이 형편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굳이 하고 싶다면 말리지 않겠다.”, P109
요리한다는 것은 법석 떠는 과정을 거쳐 불확정성을 확정성으로 변형시키는 일이다.p138
요리는 있는 것을 가지고 때우는 것이다. 그것은 작은 성공 하나하나가 가급적 분에 넘치는 칭찬을 받아야 마땅하고 실수도 할 수 있는 하나의 절차이다.P181
최고의 책은 저자를 알지도 못하는 독자들까지 저가의 친구라고 믿게 만드는 책이다. P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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